일곱개의 방, 같이 읽기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
회색 옷만 입는 한나가 지속노출치료를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러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용기
PE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충격적인 사건을 겪거나 목격한 뒤 생긴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성폭력이라는 외상은 결코 덮거나 잊으려 해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한나 역시 그 충격적 기억의 파편들을 감당하지 못한 채 마음속 깊이 가두어놓고 회피해왔습니다. 그러면서 가족과도 점차 멀어지는 불행을 겪었습니다. PE는 사건을 연상시키는 기억들을 회피하지 않고 하나씩 분석해 극복하도록 합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다시 하나하나 떠올리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나에게도 이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PE 과정을 조금씩 해나가면서, 자신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폭력에 의한 피해자인 동시에 생존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수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치료의 마지막 단계에서, 마침내 부모와 화해합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이나 기억에만 얽매여 가끔 중요한 사실을 잊곤 합니다.
바로 미래는 언제나 새롭게 열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아픈 기억이라도 우리의 미래를 온전히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한나의 이야기가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해도 참았던 가정환경에서 은주는 DBT 치료 프로그램의
여러가지 스킬들, 특히 “PLEASE MASTER” 활용법을 배웁니다…
“착한 딸이 아닌 그저 ‘멋진 나’이고 싶다.”
장녀 콤플렉스 벗어나기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내담자들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는 이와 더불어 ‘장녀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은주도 장녀로서의 책임감과 희생 정신에 과도하게 짓눌려 자신을 스스로 억압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늘 감정을 억누르다 보니 행복하지 못했고, 대인관계에서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감정조절과 대인관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은주는 DBT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DBT 치료 방법 중 마인드풀니스 기술이 있습니다. DBT의 중심이 되는 기술이자 가장 처음 배우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명상 훈련과 더불어 자신의 행동과 마음을 그대로 들여다보도록 합니다. 은주는 이 마인드풀니스 훈련을 통해, 그간 가족에게 느낀 서운함과 아픔을 있는 그대로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큰딸은 희생적이어야 한다는 인식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공정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이러한 인식을 극단적으로 파괴하고 부정하다 보면 주변 사람들과 충돌을 빚게 됩니다. 하지만 은주는 DBT 기술들을 통해 슬기롭게 자신과 가족의 관계를 재정립 해나갔습니다. 이제는 무거운 짐이었던 장녀의 역할을 벗어버리고 당당한 모습으로 부모님과 동생들을 대할 수 있게 된 은주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감정 다스리기를 어려워하는 그레이스에게
J 박사는 DBT의 DEAR MAN 스킬을 가르쳐줍니다….
“난 생존자다.”
감정조절 분투기
“나에게는 왜 나쁜 일만 일어날까? 왜 모두들 나를 힘들게만 하지?” 우리는 가끔 이런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듭니다. “혹시 내가 나쁜 사람이라서일까?”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레이스는 이런 부정적인 생각의 그늘에서 몇십 년을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알아내고 해결하기 위해 DBT를 배우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그레이스가 처음 DBT를 만나 익숙해지기까지는 매일매일이 전투와 같았습니다. 늘 새로운 문제 상황에서 길을 잃었고, 언뜻 보기에 간단한 문제들조차 해결하기 힘들어하며 격렬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극심한 자괴감과 분노 그리고 슬픔에 휩싸여버렸습니다.
하지만 DBT를 시작하면서 그레이스는 자신의 증상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게 됩니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겪은 두려움과 공포, 홀로 동생과 함께 세상을 헤쳐나가면서 받은 차별이 자신의 심적 고통의 원인이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대인관계나 감정조절에 어려움을 겪은 이유도, 자신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감정을 다루고 대응하는 행동 기술을 어린 시절에 잘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일곱 살의 어린 그레이스는 이 세상이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을까요? 하지만 어른이 된 그레이스는 용감하게 그늘을 헤쳐나와 밝은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늘 자살 생각을 하는 현정은
생활 습관에 변화를 주는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나를 사랑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나를 죽이는 삶에서 돌보는 삶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고 돌보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좋은 음식을 먹고, 따뜻한 침구에서 충분히 잠을 자고, 자신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안위와 편안함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현정은 이와는 반대로, 자신을 괴롭히고 죽이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착취 당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도 ‘아니오’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저축한 돈을 타인에게 주고, 자신은 이불 등 살림살이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살았습니다. 현정은 DBT 치료를 통해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은 상처를 분석했고, 지속적으로 비수인적 환경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방법, ‘나’를 사랑하고 돌보는 삶을 배워나갔습니다. 재정적인 부분부터 대인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신을 중심에 놓고 설계하도록 유도했고, 그 결과 현정은 이제 자신을 위한 삶을 충실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맛있고 건강한 한 끼를 좋은 사람들과 나눌 줄 알게 된 현정을 보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은 이렇게 작고 평범하지만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폭력을 당한 미연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용기를 냅니다….
“어둠 속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었어요.”
고통의 시간을 극복하게 하는 상상 노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술을 마시는 고깃집, 조금 늦은 시간까지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카페, 급할 때 들르는 공용화장실, 목적지까지 편하게 타고 갈 수 있는 택시……. 일상의 이런 평범한 장소들이 더 이상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요?
자신의 세계가 안전하지 않고 공포스러운 곳이라는 생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어떤 이들은 마치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반복되는 것처럼 느끼며, 그 사건이 연상되는 모든 환경과 공간, 사람 등을 회피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밝고 활달해 누구와도 쉽게 어울렸던 미연도 사건 후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사건이 벌어졌던 공용화장실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되었고, 남성을 보기만 해도 극도의 공포감에 휩싸였기에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PE 치료를 통해 미연은 그간 회피해왔던 많은 상황들을 상상 노출로 직면하게 됩니다. 너무나 두려워 회피해온 기억을 되살려 다시 언어로 표현해내는 일은 상상 이상의 고통을 주지만, 미연은 기억의 파편들을 다시 모아 차분히 정리하는 힘든 과정을 잘 견뎠습니다. 그리고 두려워했던 일들에 도전하면서 트라우마를 이겨내, 이제는 씩씩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인간이 가진 ‘기억’이라는 능력은 학습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억에만 얽매이면 몸은 현재를 살지라도 마음은 계속 과거를 살게 됩니다. 물론, 과거의 기억이 불현듯 우리를 괴롭힐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삶에 충실하려 노력한다면, 지나간 과거는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시간은 과거가 아닌 현재이기 때문입니다.
서현은 식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음식 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예쁘다는 건 뭘까요?”
섭식장애 이겨내기
인간의 삶과 마음이 단순하지 않듯, 섭식장애도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에서 출발합니다. 섭식장애를 겪는 많은 사람들은 심리적 갈등과 사회적 시선 때문에 몸에 대한 강박을 갖게 되고 결국 폭식이나 거식 등의 방법으로 자신을 학대합니다.
서현 역시 예뻐지고 싶은 내면의 욕구와 날씬해져야 한다는 부모의 요구, 서구적인 체형만이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라 보는 사회적 시선 등으로 인해 섭식장애 증상이 시작되었습니다. 실제로는 살이 찌지 않았지만, 본인은 살이 쪘다고 믿는 내담자들에게 정량의 식사를 먹으라고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일 먹은 음식에 대해 자세히 일기를 쓰고,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실험을 통해 내담자들이 건강한 신체가 주는 기쁨을 스스로 깨닫도록 합니다.
서현은 이 모든 과정을 잘 마쳤을 뿐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과 자신만의 개성을 찾아가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진정한 ‘미’는 피부와 몸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감과 총명함에서 발현된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셈입니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모녀는 각자의 마음을 정리정돈합니다….
“나는 엄마 손이 따뜻해서 참 좋다.”
진정한 내 모습을 찾아주는 DBT
지수와 지수 부모님을 처음 만났을 때, 부모님은 지수가 무척 똑똑한 아이임에도 왜 무엇 하나 제대로 정리하고 치우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적 평가를 해보니, 지수는 언어이해 능력은 아주 뛰어났지만 시공간적 정보를 정리 통합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속도는 아주 낮은 아이였습니다. 어딘가 어설프고 뭔가 빠뜨리는 것이 지수의 타고난 약점이었던 것입니다. 반면 언어이해 능력이 아주 뛰어났기에, 부모나 선생님은 지능이 높다고만 여겼을 뿐 이러한 약점이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수 역시 이러한 부조화로 인해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왕따를 당해 우울과 불안 증상을 보였습니다. DBT 가족청소년 수업을 통해, 지수는 아주 작은 것부터 스스로 조직화하고 정돈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지수 어머니 역시 훈육 방식을 바꾸고 대인관계 기술을 배워나갔습니다. 이처럼 DBT는 자신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주고, 미처 몰랐던 나 자신과 타인의 진정한 모습을 찾아줍니다.